3월에 정신없다고 했는데, 4월에 더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요즘은 회사에서도 본업이었던 패키지 디자인을 아득히 넘어서 더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데요.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에 커리어 상으로는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업무가 부담되고 어려운 점이 늘어갑니다. 야근이 많아진 건 덤이고요. 이번 달도 디자인 작업물보다는, 영감과 글 위주로 소개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삶은 그저 떠오를 따름 그리고 포스트 뉴스레터에서 삶을 관조하는 자세에 대한 글을 적었어요. 자신에게 너무 과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타인을 바라보듯 멀리서 스스로 바라보는 태도이자 방법인데요. 요즘 업무에 치여 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많이 들 때 사용했어요. 이 넓은 우주의 먼지보다 못한 나에게 주어진 단 몇 시간짜리 시련인데, 거기에 그렇게 아득바득 화낼 필요가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을 바라보듯, 몰입하고 공감하지만 분명 타인임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요. 엽서에 사용한 레터링은 멀리서 바라본 먼지들의 삶을 표현해 봤어요. 각자의 사연과 사건들로 커졌다 작아졌다 풍부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삶을 가까이서 보면 전쟁이고, 멀리서 보면 풍경이란 말처럼 가끔은 치열하게 살아가고, 또 어떨 때는 풍경처럼 바라보려 합니다.
💡 INSPIRATION
최소한의, 그래서 본질적인 미니멀 철학을 가구와 회화에 녹여낸 도널드 저드 작가의 전시에 다녀왔어요. 곧 전시가 종료된다는 소식에 마지막 날 후다닥 다녀왔는데요. 나무와 금속의 물성이 잘 살아나는 질감과 그 자체로 그리드가 된 듯한 형태의 가구가 인상 깊었어요. 요즘에는 어쩌면 흔하다고 볼 수 있는 디자인이었지만, 작가 활동 시기에는 선구적이고 충격적일 수 있었을 거 같습니다. 산세리프체를 보고 '그로테스크'하다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말이죠. (생각해 보면 가장 간결한 것을 기괴하다고 표현한 점이 아이러니하네요). 사실 전시도 전시지만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지인이 더 기억에 남았는데요. 역시 전시를 보게 하는 최고의 트리거는 전시 종료일인 걸까요?
죽음에 관하여 데이미언 허스트 전을 보고 왔습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매우 많았는데요. 그의 유명세 덕분인지, 아니면 실제 동물을 박제해 버린 논란성 때문인지 몰라도 모두에게 화제인 전시임은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작품은 매체에서 너무 많이 소비한 탓인지 큰 감명을 받지는 못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나비 박제를 활용해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든 작품의 화려함이 인상 깊었어요.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점이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이끌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생명의 죽음을 활용한다는 점이 조금은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로고를 바꾸는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가 하나의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스템에 맞춰 일관되게 디자인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와중에 로고를 다양하게 전개하는, 다이내믹 아이덴티티 전략을 구사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해당 영상은 이런 전략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데요. 큰 틀은 유지하되 부분적으로 로고를 수정하는 모습은 익숙했는데, 뉴진스처럼 분위기를 고정하며 형태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 모습은 신선했습니다. 전혀 다른 모습에도 일관성이 느껴진 것은 이런 이유였던 것이죠. 형태, 분위기, 구조 등 하나의 축을 고정하고, 나머지에 변주를 주는 방법론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신스를 배워보자 터치 디자이너를 익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신디사이저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터치 디자이너로 신디사이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얼마 전에야 깨달은 것인데요. 마침 엠비언트 뮤직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신디사이저의 개념을 살짝 들춰보고자 했습니다. 'learning synths'는 신디사이저의 개념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웹사이트에요. 기본적인 요소들부터, 이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데요. 하드웨어를 볼 때마다 왜 저렇게 많은 버튼이 존재하는지 이해가 안 갔던 저였지만, 배우면서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터치 디자이너와 신디사이저는 얕지만 길게 취미처럼 계속 익히고 싶네요.